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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experience35

2021년 여름, 경주 2 경주를 생각하면 그저 그런 보통의 시골이라고 단정 짓기 쉽다. 하지만 경주는 시골 치고 사람이 모일만한 구색을 잘 갖추고 있다. 울산과 포항이 인접해 공업단지가 많으며, 대구와 부산을 1시간이면 오갈 수 있기에 접근성이 좋다. 옛 신라의 수도답게 시내 곳곳에 즐비한 유적들은 관광객을 불러 모으며, 관광단지에는 고급 호텔이 많다. 위의 장점들만 보면 경주는 크게 발전하기 충분한데, 시내는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으며, 높은 건물은 찾아볼 수 없다. 새로 건물을 짓기 위해 땅을 파면 유물들이 나오니, 개발하기 좋은 땅은 기존에 지어진 건물들이 있는 자리뿐이라는 말도 있다. 실제 거주하는 사람들은 변함없는 도심이 답답할 수도 있지만, 나는 이런 모습들이 좋다. 경주에는 놀이공원이 하나 있다. 놀이터 같은 곳이 .. 2021. 10. 12.
2021년 여름, 경주 1 8월 중순 여름휴가 3일 중 첫날, 경주로 떠날 채비를 한다. 코로나로 인해, 천안에서 경주로 가는 직행 버스노선이 사라졌다. 대신 천안에서 기차를 타고 동대구역에 도착한 후, 경주 방면 기차로 환승해야 한다. 오후 1시, 동대구역을 가기 위해 천안역에서 기차에 오른다. 이제야 휴가가 시작됐다고 실감이 난다. 동대구역에서 경주방향으로 출발하는 무궁화호는 객실 칸이 3량이다. 비인기 노선이라 그런지, 배차간격도 길고 타는 사람도 20명 남짓이다. 1시간 조금 넘게 터덜터덜 리듬을 타는 기차에 몸을 실으니 고향에 돌아가는 기분이다. 경주역에 내렸다. 기억 속에 있는 익숙한 풍경이 나를 반긴다. 넓은 광장, 맞은편에 보이는 윗 시장과 은행, 역전은 변한 것 없이 그대로다. 익숙한 길을 따라 은행 뒷골목으로 들.. 2021. 10. 1.
입사한지 5개월도 안되어 퇴사를 했다. 영업직무가 나에게 천직인줄 알았다. 돌아다니는 것과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기에, 외근도 많고 미팅이 잦은 영업직무가 정말 나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전 직장에서도 영업관리로 근무했기에, 금번회사도 영업관리로써 잘 해낼 수 있을 줄 알았다. 그것은 큰 오산이었다. 최선을 다하진 않았으나, 일하는데 필요한 노력은 했다. 영업사원은 일찍와서 업무준비해야된다는 말에, 최소 20분은 일찍 나왔고, 제품을 모르고 고객에게 어떻게 제품을 팔것이냐는말에, 평일 주말 시간을 할애하여 카달로그를 다 외웠으며, 외근 일정을 효율적으로 잡으라는 말에, 오후 늦게 미팅을 잡고 늦게 복귀하기를 반복 했다. 주말이면, 일요일 반나절은 앞으로 업무를 어떻게 해 나갈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시키는대로 따라한다고 윗사.. 2021. 9. 8.
김진호 - 안개꽃 기분이 멜랑콜리할때면, 김진호 1집을 찾곤 한다. 수록곡 모두 주옥같지만, 그 중에서 안개꽃은 특히 유별나다. 이 노래는 김진호가 SG워너비 멤버 故채동하를 생각하며 쓴 곡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은 세상에서 넘 흐릿하고 존재감이 없다며 자살을 선택하는 안타까운 모습에서 이 안개꽃을 떠올렸다고 한다. 김진호의 심정이 어땠는지 가사에 잘 나타나있다. "내 모습은 안개꽃처럼 흐릿하지만 아름다운 결실. 너라는 꽃 위에 뿌려 놓으면 그제서야 빛이 날지 모르지" 안개꽃은 가지가지 피며 주변을 돋보인다. 피어내기 위해 한 세월을 인내했기에, 비록 작을 지라도 그 꽃 또한 결실이다. 장미 꽃만 모여있다면, 어느 누가 장미가 돋보인다고 할수 있는가. 안개꽃과 함께 할때, 그제야 장미는 진정 돋보일 수 있다. 안개 꽃 .. 2021. 4. 17.
경주, 마음의 고향 사진으로만 보아도 마음이 편해지는 곳이 있다. 경주는 나에게 그런 곳이다. 모두들 그렇겠지만, 경주를 처음 접한건 고등학교 1학년 수학여행 때 였다. 그때는 주변 어느것보다 친구들과 재밌게 노는것을 좋아했다. 경주의 유적지 이곳 저곳을 들려도 대충 둘러보거나, 버스 주변에서 친구들이랑 놀기 일쑤였다. 2박3일동안 친구들과 논 기억밖에 없으니, 나에게 경주는 지루한 곳 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놀기 좋아하던 내가, 사진을 취미로 즐기면서부터 점점 정적인 분위기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24살 여름, 내일로여행을 떠났다. 어렸을 때 갔었던 경주가 생각났다. 하루쯤 경유하면 좋을듯 해서 계획없이 숙소만 잡아놓았다. 느지막한 오후, 부산을 지나 경주역에 도착했고 봉황대 근처 게스트하우스까지 천천히 걸어갔다. 시내는 .. 2021. 4. 13.
결혼, 그 막연함에 대하여 결혼이라. 요즘 들어 생각이 많아졌다. 세상의 풍파를 맞은 탓인지, 점점 현실을 직시해가는 때 일수도 있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부모님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 있듯이 결혼도 그런 것 같다. 어릴 때는 사랑만 보고 달려가고 사랑만으로 모든 것을 커버할 수 있었지만, 이제와서는 현실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10대와 20대 초반의 나는. 결혼은 먼 미래의 일이기에 그저 막연히 생각하곤 했다. 그저 30대 즈음 지날 때, 누구나 하는 통과의례가 아닐까 지레짐작했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친구들은 모두 누군가의 자식이기에, 미래에는 나 또한 결혼을 하고 누군가의 부모가 되리라 생각했다. 20대 중반이 되었다. 나는 의욕적이며 독립적인 성격을 띄기 시작했다.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왔고, 남미로 배.. 2021. 4.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