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ravel/경주 Second home

경주, 마음의 고향

by 두번째 집 2021. 4. 13.

사진으로만 보아도 마음이 편해지는 곳이 있다. 경주는 나에게 그런 곳이다.

모두들 그렇겠지만, 경주를 처음 접한건 고등학교 1학년 수학여행 때 였다. 그때는 주변 어느것보다 친구들과 재밌게 노는것을 좋아했다. 경주의 유적지 이곳 저곳을 들려도 대충 둘러보거나, 버스 주변에서 친구들이랑 놀기 일쑤였다. 2박3일동안 친구들과 논 기억밖에 없으니, 나에게 경주는 지루한 곳 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가을의 월정교

 

놀기 좋아하던 내가, 사진을 취미로 즐기면서부터 점점 정적인 분위기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24살 여름, 내일로여행을 떠났다. 어렸을 때 갔었던 경주가 생각났다. 하루쯤 경유하면 좋을듯 해서 계획없이 숙소만 잡아놓았다. 느지막한 오후, 부산을 지나 경주역에 도착했고 봉황대 근처 게스트하우스까지 천천히 걸어갔다. 시내는 옛 느낌이 물씬 풍기고 건물들은 높이가 낮아 하늘이 탁 트여있다. 숙소 주변은 현대건물과 신라 고분이 함께 어우러져있으니, 괜히 마음이 편안해진다. 저녁에는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 파티를 주최해주셨다. 사장님 부부가 직접 김치전을 부쳐주셨고 옛날 통닭도 준비해주셨다. 태화루 막걸리도 이때 처음 먹어보았다. 비슷한 나이대의 숙박객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술도 한잔 하니, 마치 고향집에 온것같은 기분이 들었다. 1박만 하고 가려던 것이 2박을 더 하게 되었다. 이때부터 인것같다, 내가 경주를 좋아하게 된것이.

가을에 버스타고 경주에 가면 마주하는 풍경

 

이후, 2년에 한번씩은 경주를 찾는것같다. 그렇다보니, 이제는 경주터미널만 보면 마치 오랜만에 집에 온것처럼 괜히 반갑고 기분이 좋아진다. 주변 길또한 눈에 익은지 오래다. 돌아보니 26살 가을, 28살 봄, 30살 가을의 어느 한 때, 나는 경주에 있었다. 각 계절이 다가올때마다 경주 생각이 난다.

봄에는 대릉원과 월성지구에 핀 벚꽃을 구경하고싶고,

여름에는 경주박물관을 시작으로 하천을 지나 형산강 옆길을 나란히 두며 자전거를 타고싶고,

가을에는 역앞 시장에서 우엉김밥을 2줄 산다음 불국사에서 단풍 구경을 하고싶다.

겨울의 경주는 아직 보지못했다. 그래서 나는 눈이 엄청 많이오는 겨울날, 경주에 가고싶다. 소복소복 쌓인 눈을 밟으며 대릉원에서 산책 할것이다. 그리고 매번 가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을것이다. 가을·겨울에는 거실에 화목난로를 피워놓으신다고하니, 거기에 고구마를 구워 태화루 막걸리 한잔 하고싶다.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다. 경주에 가고싶다.

 

 

'Travel > 경주 Second home'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1년 여름, 경주 2  (0) 2021.10.12
2021년 여름, 경주 1  (0) 2021.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