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aily/2021

입사한지 5개월도 안되어 퇴사를 했다.

by 두번째 집 2021. 9. 8.

영업직무가 나에게 천직인줄 알았다.

 

돌아다니는 것과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기에, 외근도 많고 미팅이 잦은 영업직무가 정말 나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전 직장에서도 영업관리로 근무했기에, 금번회사도 영업관리로써 잘 해낼 수 있을 줄 알았다. 그것은 큰 오산이었다.

 

최선을 다하진 않았으나, 일하는데 필요한 노력은 했다. 영업사원은 일찍와서 업무준비해야된다는 말에, 최소 20분은 일찍 나왔고, 제품을 모르고 고객에게 어떻게 제품을 팔것이냐는말에, 평일 주말 시간을 할애하여 카달로그를 다 외웠으며, 외근 일정을 효율적으로 잡으라는 말에, 오후 늦게 미팅을 잡고 늦게 복귀하기를 반복 했다. 주말이면, 일요일 반나절은 앞으로 업무를 어떻게 해 나갈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시키는대로 따라한다고 윗사람들 모두의 입맛에 맞출 순 없었다. 이들은 갖가지 이유로 나의 행동을 지적하고 개선하라고 지시했다. 그들이 나를 가스라이팅 한것일까, 내가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일까? 글쎄... 아직도 모르겠다.

 

사장은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무조건 외근을 나가 여러 고객사와 미팅을 잡아 담당자와 친해져 오라 한다.

상무는 목적없이 외근 나가지말고, 정확한 목적을 가지고 효율적으로 시간을 쓰라 한다.

이사는 1주일 간격으로 연속해서 방문해야 상대방이 날 오래 기억하니, 집중적으로 외근일정을 잡으라 한다.

 

각각 방향성은 다르지만, 모두 맞는 말이다. 그런데, 나에게는 이 셋을 동시에 맞추기를 요구했다. 한쪽에서 잘하면 다른 쪽에서 혼나고, 이쪽이 문제없다싶으면 저쪽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정확하게 지시하여 처리하기보다는 급한불부터 끄자는 식의 업무지시가 나에겐 일상이었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어떻게든 적응하고 있었으나, 사수다운 사수가 없는것은 내게 힘든점으로 작용했다.

 

혼나지 않는 날이 없었다. 출근하면, 아침에는 항상 누군가의 잔소리로 시작했고, 난 오전부터 주눅들어 있었다. 혼자 있을 수 있는 오후의 외근 일정만 기다려졌다. 신입이면 원래 그런거라고, 견디면 나아진다고들 하는데, 글쎄다. 나빼고 모두가 한 통속인 이 집단 안에서, 얼마나 견뎌야 내 입지를 내세울  수 있을까. 모르겠다.

 

구한지 1달 된 전세집... 만기까지 1년 11개월 남았다 !

8월 31일, 입사한지 5개월만에 퇴사를 했다. 맘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무슨 말을 하고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그냥 넉두리를 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