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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2015 in US

뉴욕, 첫 해외여행 2

by 두번째 집 2021. 3. 1.

  세계의 수도인 뉴욕에서 현지인들은 어떻게 살까? 아침엔 베이글과 커피를 들고 출근하며, 점심에는 직장 근처 공원에서 도시락을 먹고, 저녁에는 친구와 재즈바에서 맥주 한잔 기울이는... 그런 순간이 있지 않을까 상상했었다. 내게 주어진 자유시간만큼은 현지인의 시선으로 뉴욕을 겪어보기 위해 4가지 계획을 세웠다.

<센트럴파크에서 자전거 타기 / 블루노트에서 재즈 공연 보기 / 할렘 구역 구경하기 / 워싱턴 DC 여행하기>

 

1편은 여기서!  2021/03/01 - [Travel/2015 in US] - 뉴욕, 첫 해외여행 1

 

 

자전거 렌탈샵

Day 6 <자전거 타고 맨해튼에서 윌리엄스버그까지>

  West 110st에 있는 Larry's Freewheeling에서 39불 내고 자전거를 8시간 빌렸다. 먼저 몸을 풀 겸, 가볍게 센트럴파크 한 바퀴 돌았다. 기록을 재니, 대략 10km 정도 된다. 지도로 보았을 때, 크다고 생각은 했지만 공원은 상상 이상으로 정말 컸으며 다양한 모습이 존재했다. 잔디밭도 있지만, 어느 곳은 숲이라 불러도 될 정도로 나무가 울창하기도 하다. 호수 주변으로는 산책로가 나있고 곳곳에는 연못과 쉴 수 있는 장소가 있다. 이 공원이 너무 부러웠다. 서울에 있는 공원은 그저 나무 몇 그루와 잔디 한 줌으로 구색만 갖추어놓은 것 같았다. 서울에도 이런 느낌의 공원이 있다면 어땠을까? 용산 미군기지 부지가 얼른 멋지게 개편되었으면 좋겠다.

Central Park lake

토요일이라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공원에 나와있었다. 걷고 뛰고 아이들과 산책을 하는 모습이 보인다. 한켠에는 사생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자전거를 타며 그들을 보고 있으니, 나도 마치 뉴욕의 일상에 녹아난 듯한 기분이 든다. 기분이 좋아한 바퀴 더 돌고 7 Ave 쪽으로 나온다. 이 길로 쭉 내려가면 타임스퀘어가 나온다.

 

  자전거와는 상관없는 얘기지만, 뉴욕을 며칠간 돌아보며 느낀 점은 도로 시스템이 잘 돼있다는 것이다. 맨해튼 대부분의 도로는 일방통행이다. 한국에서는 일방통행이 불편하다고 느꼈었는데, 뉴욕에서 며칠 지내보니 복잡한 시내는 차라리 일방통행이 훨씬 효과적이겠다 싶었다. 반대편 차로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되기에 운전자들은 피로가 덜하고, 걷는 사람 입장에서도 한 방향만 주시하면 되기에 더 안전해 보였다. 막히는 게 싫으면 대중교통을 타면 되니까! 아무튼 뉴욕의 도로, 맘에 든다. 며칠 전에는 지하철을 통해 왔던 곳을 지상으로, 그것도 자전거를 타고 지나니 기분이 묘하다. 마치 이제는 뉴욕을 쫌 아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타임스퀘어를 지나 계속 7 Ave로 내려간다. 브루클린 브릿지가 가까워오니, 어제 지나쳤던 익숙한 건물들이 보인다. 어제는 밤 오늘은 아침, 낮의 브루클린 브릿지는 어제는 볼 수 없었던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나무데크 바닥과 철제 펜스, 커다란 석조 문, 그리고 건너편으로 보이는 브루클린. 낮과 밤 언제든 오기 좋은 곳이다.

Brooklyn bridge

맨해튼을 강 건너에서 보고 싶어 Park pier 5로 향했다. 다리를 통과 하자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복작거리는 뉴욕과는 달리, 건물이 전반적으로 낮으며 분위기에서 사람 냄새가 난다. 강변에는 연인, 반려동물과 함께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강 건너에서 보는 맨해튼은 생각보다 운치가 없었다. 다리 위에서 보는 풍경이 더 멋있었다. 가볍게 한 바퀴 돌아보고, 이번에는 동네 깊숙이 둘러본다. 강변 쪽 분위기와는 달리 안쪽 동네는 꽤 낯설었다. 너저분한 거리와 어두침침한 분위기. 낮에 와서 다행이지 밤에 혼자 이 동네를 지난다면 무언가 큰일이 날 것만 같았다. 며칠 전 숙소 앞에 있었던 총격 사건이 오버랩되었다. 내가 뉴욕에 살게 된다고 상상하면... 맘 편히 살긴 힘들겠다 싶다.

  Brooklyn navy yard를 지나 윌리엄스버그로 향한다. 지도 안내만 보고 가느라 어느 곳인지 모르는 곳에서 특이한 차림을 한 사람들을 만났다. 옛날 시절 쓰던 청교도 모자와 검은색 양복을 입고 있었으며 구레나룻이 이상하게 길었다. 이역시 뉴욕의 한 부분인가 싶어 사진을 찍으려 자세를 취하는데 나를 엄청 노려보았다. 괜스레 겁이나 눈으로만 담았다.(나중에 찾아보니 유대인이었다.)

 

Blue Bottle Coffee

윌리엄스버그 골목에는 곳곳마다 식당과 카페가 즐비했다. 서촌 같은 느낌이랄까. 건물들 높이가 낮고 오랜 시간의 정취가 느껴지는 가운데, 젊은 사람들이 모여 특색 있는 가게를 형성한 곳. 브루클린보다 이곳이 더 동네가 밝아 보인다. 길을 헤매다 한참을 돌아 블루보틀 커피숍에 도착했다. 한국에 있는 일반적인 카페와는 달리, 심플한 인테리어와 메뉴가 인상적이었다. 스페셜티 드립 커피가 메인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기분에 취했는지 지쳐 들어간 곳이었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커피는 너무 달콤했고 긴장에 지친 몸을 풀어주었다. 그 자리에서 한 시간 동안 머물며 천천히 커피를 마셨다. 저녁에 또 일정이 있어 아쉬움을 뒤로하고 자리를 나섰다. 윌리엄스버그 다리를 지나 다시 맨해튼에 돌아왔다.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이쁜 곳을 찾았다. 지도상으로 보았을 때, 그저 맨해튼과 윌리엄스버그를 이어주는 다리라고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이쁘고 길도 잘 되어있다. 시간이 많았다면 천천히 걸어가도 좋았을 것 같다. 아침부터 계속 자전거를 타고 있으니 엉덩이와 허벅지가 슬슬 지쳐간다. 얼른 반납하는 곳에 던져놓고 쉬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Soho, Greenwich village를 지나 6th Ave를 거슬러 올라간다. 체력이 떨어지니 주변 구경할 여유가 생기지 않는다. 모든 것을 무시한 채 지나 다시 센트럴파크에 들어선 다음, 아침에 돌았던 코스를 통해 렌탈샵으로 되돌아갔다. 자전거를 반납하고 나서 난 완전 녹초가 되었다. 하지만 벌써부터 풀어지면 안 된다. 저녁에는 재즈바에 가야 하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자전거를 오래 타서인지 숙소에 들를 시간이 없다. 챙겨 온 여분의 옷을 렌탈샵 화장실에서 갈아입고 110st-Cathedral Pkwy 지하철을 타러 간다. 재즈바까지 환승 없이 갈 수 있어 다행이다. 기존 계획은 블루노트에 가는 것이었는데 예약도 못했고 혼자 가기엔 고급스럽고 뻘쭘하겠다 싶어 Smalls Jazz Club으로 변경했다. West 4st에서 내려 걸어간다. 숙소가 있는 윗동네와는 사뭇 달리 왁자지껄하다. 건물들 높이가 낮고 예스러운 느낌을 주며, 주변에는 술집과 식당이 즐비하고 사람들로 복작거린다. 뉴욕의 젊은이들이 모여 노는 곳 같아 나까지 설렌다. 7시 반에 공연 시작이었고, 나는 30분 일찍 도착했다. 운이 좋게도 맨 앞줄에 앉을 수 있었다. 

Smalls Jazz Club

트럼펫, 트롬본, 색소폰, 피아노, 콘트라베이스로 구성되었고, 다들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었다. 직장인 밴드느낌이 물씬 났다. 재즈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라 많은 것을 느끼진 못했지만, 재즈의 본고장 뉴욕에서 그들의 전통을 맛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나중에 또 오게 된다면 꼭 블루노트를 방문하고 싶다.공연이 끝나니 사람들이 다 밖으로 나간다. 공연은 2시간마다 바뀌는 듯하며, 연속으로 보려면 다시 공연비를 내야 한다. 밖에는 사람들이 길을 줄게 늘어서 있다. 뉴욕의 밤은 이제 시작인듯 보인다. 하지만 난 아직 밤이 무섭다. 숙소에 돌아오니 11시가 거의 다 되었다. 씻고 나자 바로 곯아떨어졌다.

 

  Day 7 part 1 <할렘투어>

  일요일 오전 8시 반, 숙소에서 진행되는 Free 할렘 워킹투어에 참여한다. 얼추 30명 정도 모인 것 같다. 할렘이 주는 이미지는 갱, 마약, 흑인, 범죄 등 좋지 않은 의미 투성이었다. 위험한 곳임을 알면서도 구경 가고 싶은 청개구리 심보인가? 아님 그저 호기심인가, 무엇이라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30명의 사람들은 나이가 지긋한 인솔자를 따라나선다. Amsterdam Ave를 따라 쭉 위를 올라간다. 숙소를 나서 위쪽으로 걷는다. 컬럼비아 대학교를 지나 Morningside Park에 도착했다. 왼쪽 마을과 오른쪽 마을을 나누듯, 높이차이가 꽤 크다. 가이드분 말로는 이 공원 기점으로 오른쪽은 할렘이라고 한다. 우리는 South harlem에 진입했고 현지인들이 사는 집을 엿볼 수 있었다. 빨간 벽돌로 지어진 비슷하게 생긴 주택들이 도로 양옆으로 줄지어 있었으며 그저 평범한 가정집 같아 보였다. 주거구역을 지나 Malcolm X Blvd에 도착했다. 거리에는 카페와 식당이 간간이 있고 대부분 보도까지 확장하여 테라스를 내놓았다. 백인, 흑인 가릴 것 없이 거리의 사람들은 여유가 넘쳐 보인다. 상상 속에 있던 할렘이 깨지기 시작했다.

South Harlem

  여느 누구나 그러하듯, 할렘 하면 마약, 음산한 분위기, 갱스터가 즐비하는 그런 무법지대를 상상 하기 마련이다. 나도 그랬다. 워킹투어에 참여한 것도 그런 연유다. 혼자 가기에는 무섭지만 어떤 곳인지 궁금한, 그런 거다. 아직 일부분만 보았지만, 지금까지 본 할렘은 맨해튼 시내보다 살기 좋아 보였다.

  큰길을 따라 올라오니  Central Harlem에 도착했다. 아까보다 더 할렘 분위기가 났다. 도로명부터 Dr Martin Luther King Jr Blvd 다. 흑인 해방운동의 중심이었던 그였기에, 그를 계속 기억하기 위해 도로명으로 그를 기리는 것인가 싶다. 도로를 따라 걷다가 Apollo Theater에 도착했다. 인솔자는 이곳에서 유독 설명을 길게 했다. 예전에, 마이클 잭슨과 루이 암스트롱이 여기서 공연을 했고 역사가 오래된 곳이라 했다. 마치 박물관에 온 것처럼, 모든 것이 스쳐 지나간다.

Church of St. Joseph of the Holy Family

  우리의 일정은 125st Metro 앞에서 마무리되었다. 돌아가기 편하도록 지하철역을 마무리 장소로 정한 듯싶다. 이대로 투어를 끝내긴 아쉬웠다. 할렘에 대해 더 알고 싶었다. 대로를 따라 걷다 보니, 길 건너 성당이 눈에 띄었다. 문이 열려있기에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미사가 한창이었으며 자리는 꽉 차있었다. 10분 정도 지나 말씀은 끝났고, 미사복을 입은 사람들이 단상 한편에 자리하고 찬송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런 노래는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찬송가임에도 바이브레이션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고 흥이 절로 느껴진다. 솔로로 부르기도 하지만 같이 화음을 맞출 때는 정말 소름 돋았다.(옆에 서있던 분에게 물어보니, 가스펠 미사라고 한다.) 미사가 완전히 끝난 후, 나는 황홀감에 젖은 채 거리를 걸었다. 주변 어느 것 하나 안 이뻐 보이는 것이 없었다. 정처 없이 걷다 보니 도로 위에 전철(125st Station)이 보인다. 시내에선 처음 보는 지상철이라 호기심에 들려본다. 나의 할렘, 다음에 또 올게.

 

이어서 뉴욕, 첫 해외여행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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