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2015 in US

뉴욕, 첫 해외여행 1

두번째 집 2021. 3. 1. 09:50

2015.06.15~23 미국, 뉴욕

  25살에 처음 국제선 비행기를 탔다. 10대, 20대 초반에 이미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이 많은 상황에서, 나는 늦은 편이었다. 처음 떠남에도 불구하고 지구 반대편으로 갈 수 있었던 이유는 학교 프로그램 덕분이었다. 우리 학교 글로벌 학부는 등록금을 매 학기 30만 원 정도 더 낸다. 그 돈은 3학년 여름방학 때, 해외연수를 위한 비용으로 사용된다.

 

Day 1 <14시간의 비행기 탑승>

  처음 타본 국제선 항공기는 나에게 온갖 신기한 것 투성이었다. 술과 음료, 간식은 요청할 때마다 무료로 제공되었고 기내식 또한 퀄리티가 남달랐다. 14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는 것은 재밌기도 했지만, 꽤 고역이었다. 영화를 보고, 잠을 자고, 책을 한 권 다 보더라도 남은 시간은 한참이었으며, 때 되면 식사와 음료를 가져다주니 마치 사육당하는 기분이었다. 기나긴 시간을 뒤로하고 뉴욕에 도착했다. 입국 수속에 대해 걱정하였으나, 특별한 일은 없었다. 100명이 넘는 학생이 같은 목적으로 방문하니, 형식적인 질문 몇 가지만 물어보고 그냥 통과시켜주었다. 우리는 Subway를 타고 Amsterdam Ave, W103st에 있는 숙소로 향했다. 외국인과 함께 방을 사용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안전문제 때문에 우리끼리 방을 쓰게 되었다. 짐을 풀고 씻고 나니 벌써 저녁이었다. 남은 하루를 이대로 마무리하기 아쉬워 팀원들과 함께 타임스퀘어로 향한다.

타임스퀘어

  처음 맞이하는 외국에서의 밤, 나는 어린아이가 된 것 같았다. 주변 온갖 것들이 신기하고 관심이 간다. 다양한 피부색의 외국인들, TV에서만 보던 브로드웨이 거리 그리고 눈앞에 있는 타임스퀘어. 상상만 하던 곳에 실제로 내가 있으니 실감이 나질 않는다. 타임스퀘어 앞 계단에 앉아 주변을 둘러본다. 각종 연극을 홍보하는 큰 광고판이 좌우로 자리해있고, 중앙 광장에는 각종 캐릭터로 분장한 사람들이 서성인다. 관광객과 사진을 찍어주고 돈을 받을 심산인 것 같다. 저 멀리 맞은편에는 타임스퀘어와 비슷하게 생긴 건물이 하나 더 있다. 용도 또한 비슷해 보이는데 이곳만큼 인기 있어 보이진 않는다. 우리는 서로 사진을 무진장 찍었다. 이후, 저녁을 먹기 위해 주변 사람에게 물어 한 피자식당(John's pizzaria)을 찾았다. 꽤 유명한 곳이었는지 실내는 사람들로 분주해 보였다. 피자는 크고 맛있었다. 만족스러운 저녁을 먹고 나서 주변을 더 돌아보다가 숙소로 복귀했다.

 

Day 2 <뉴욕 탐색 미션>

  외국에 온 지 본격적인 하루가 시작되었다. 앞으로 3일간은 과제를 수행해야 했다. 오늘은 뉴욕에 대해 알아가는 미션이 주어졌다. 핸드폰으로는 지도만 보며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것으로만 미션 장소를 찾아야 했다. 컬럼비아 대학교,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브라이언트 파크를 돌며 미션을 수행했다. 학교에서 원어민 선생님과 대화할 때와는 달리, 말이 쉬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발음은 어눌했고 문장도 떠듬떠듬했다. 오기 전에 영어공부 더 열심히 할걸 그랬다. 늦은 후회는 부질없다. 또 후회하지 말고 잘하자..!

Shake shack

  점심은 그랜드 버스터미널에 있는 쉑쉑 버거를 먹었다. 고기에서 불에 구운 향이 나고 촉촉하며 육즙은 가득하고, 야채는 엄청 신선했다. 치즈에 소스까지 정말 완벽한 햄버거였다. 오후에는 소호 주변을 돌며 미션을 진행했고, 저녁은 팀원들과 함께 숙소에서 스테이크를 해 먹었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Day 3 & 4 <Mission day>

  이틀간, 브라이언트 파크와 센트럴파크에서 지나가는 사람을 대상으로 우리가 준비해 간 주제에 대한 설문을 진행했다. 공원에 오니 다들 마음에 여유가 있는지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었다. 영어도 쓸수록 점점 익숙해진다. 수요일 밤, 숙소 앞 한인마트에서 살인사건이 났다. 다음날 아침에 보니 가게 앞은 폴리스라인이 쳐져있고 방송국에서 와서 현장을 녹화하고 있다. 뉴욕에 온 지 이제 3일째인데 덜컥 겁이 난다. 숙소가 할렘이랑 가까워서 그런 건가 괜히 걱정도 되고, 마음의 한편 구석에 자꾸 불안함이 쌓인다.

 

Day 5 <구석구석 뉴욕 탐방>

  오늘부터 자유시간이다. 그동안 같이 일하느라 고생했으니, 오늘은 하루종일 같이 놀기로 했다. South Ferry station에서 Staten island로 가는 배에 탔다. 왕복 무료인 데다가 적당한 거리에서 자유의 여신상을 볼 수 있어 좋다. 마치 유람선을 탄 기분이다. 돌아와서 황금 황소를 구경하고 월스트리트 주변을 걸었다. 뉴스로 많이 접해본 곳이기에 호기심이 있었으나, 이에 대해 더 조사를 하지 않아서 인지 눈에 들어오는 것이 많진 않았다.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한다는 월가 동네이지만, 그저 높은 빌딩이 즐비한 사람 사는 동네 같았다. 뉴욕 증권거래소 건물은 꽤 멋있었다.

New York Stock Exchange

  월가 주변에 있는 버거킹에서 점심을 먹었다. 콤보가 10$나 하지만, 한국보다 못한 것 같다. 4일째, 매 끼니를 햄버거로 때우려니 힘들다. 이후, 브로드웨이에 있는 Macy's 백화점에서 쇼핑했다. 한국의 아울렛 같은 분위기다. 한국 백화점과 비교하면 꽤 저렴하게 느껴졌다. 타미 힐피거 피케셔츠 2장에 49$ 였다. 브로드웨이 거리 주변은 기념품샵으로 가득하다. 티셔츠부터 열쇠고리, 마그넷, 코스타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기념품이 다 있다. 저녁은 차이나타운에 있는 Joe's Changhai에서 먹기로 했다. 가게 주변은 난잡하고 음침한데 실내는 사람들로 꽉 차있다. 들어가기 위해 20분이나 기다렸다. 꽤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다.

Brooklyn bridge

  밤바람이 좋아 브루클린 브릿지까지 걷기로 했다. 다리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있었다. 영화에서나 보던 그 다리에 내가 왔다고 생각하니 흥분이 가시질 않는다. 걸음걸음마다 주변을 사진으로 채웠다. 다리 중간 쯔음 왔을 때, 되돌아온 길을 보았다. 맨해튼 야경이 꽤 운치 있다. 맥주라도 한잔 했으면 진짜 좋았을 텐데, 너무 아쉽다.

 

이어서 뉴욕, 첫 해외여행 2...